지난 기록들

07년 10월27~28일 덕유산종주

갈파람의별 2010. 2. 11. 14:00
이제는 1박2일 동안 덕유산을 함께 종주했던 회원님들에 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자 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서면 영광도서 앞. 출발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우솔님과 뜨락님이 보이지 않는다. 갈파람님에게 지하철 연산동역이라며 조금 늦을 것이란 전화가 왔다. 그런데 도착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질 않는다. 하늘별님이 전화를 받고나더니, “지하철을 잘못 타 거꾸로 가다가 돌아오고 있답니다”고 한다. 환승을 하면서 지하철을 잘못 탄 것이다. 결국 출발이 20분 늦어졌다. 차 안에서 한마디씩 한다. 오늘 설거지 당번 정해졌다고.

배낭의 무게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 사람은 모개뿐만 아니었다. 찹쌀모찌님은 배낭 외에도 무언가를 봉투에 들고 왔다. 그러면서 “배낭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하기 위해 돼지김치찌개까지 준비하였으니 당연지사다. 좀 있다가 도착한 하늘별님 역시 울상이다. 배낭이 무거워 도저히 감당을 못하겠단다. 결국 차 안에서 넣어 온 과일을 끄집어 내놓았고, 찹쌀모찌님도 몇 가지는 아예 차에 두고 내리기로 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반가운 두 사람 있었다. 하늘사랑님과 푸른솔님이다. 두 분 다 미리 신청하신 분들이 참석하지 못해 그 자리를 메운 것이다. 그런데 하늘사랑님은 언니의 불운(?)이 정작 자신에게는 행운이 되었다고 한다. 공지가 났을 때 참석하고 싶었으나 이날 언니가 다른 일정이 있어 포기했었다고. 그런데 갑자기 언니의 일정이 펑크나는 바람에 덕유산에서 낙조를 보고 일출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단다. 세상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 것이라우.

하늘사랑님에 비해 서해의꿈님은 아예 일정을 포기하고 참석. 그런데 전화를 하려고 보니 아뿔싸 휴대폰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순간 당황하는 기색이 스친다. 모개에게 전화를 빌려달라고 한다. 집으로 전화를 하여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심하는 기색이다. 오히려 잘 되었다고 위로(?)했다. 일정을 포기한 김에 휴대폰까지 없어야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종주에 전념할 수 있다며….

휴대폰 가출(?) 사건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있었다. 이번에는 김선재님 차례. 곤돌라를 타고 다 내려왔는데 몇몇 분이 차로 오지를 않았다. 갈파람님이 김선재님에게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찾으러 돌아다니기도 했다. 다 돌아오고 난 뒤 차가 출발하자, 갈파람이 김선재님에게 왜 전화도 받지 않느냐고 일갈(一喝). 그제서야 김선재님 “어? 전화가 없다”며 찾기 시작한다. 배낭을 다 뒤져도 나오지를 않는다. 갈파람님이 다시 전화를 하자, 어디선가 약하게 벨 소리가 들린다. 춥다고 입었던 겉옷 속에 휴대폰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옷을 접어 그냥 배낭 안에 넣었으니 벨소리가 안 들렸던 것은 당연. 김선재님의 얼굴이 휴대폰이 나올 때까지 노랗게 질려 있었던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터.

항상 후미를 장식하던 이쁜 김선재님과 동행이 있었으니, ‘이쁜 별’님이라고 들어나 봤나. ‘누구지’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님들이 있을 것이다. ‘하늘별’이 김선재님 동행이 되면서 ‘이쁜 별’로 바뀌었다나 어쨌다나. 하늘별님은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아 참석하지 않으려 했는데, 갈파람님의 엄포에 꼼짝 못하고 참석했다 한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처음부터 종주가 끝날 때까지 후미그룹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그럼에도 낙오하지 않고 종주를 마쳤다. 이 정도면 ‘이쁜 별’님이 된 것 같죠? 그쵸?

사실 배낭의 무게가 모두들에게 부담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할미봉 조금 못미처 점심을 먹으려고 둘러앉았다. 가장 먼저 도시락을 꺼낸 사람은 갈파람님과 레미님. 그런데 이상하다. 밥은 있는데 반찬이 없다. 밥만 달랑 싸 온 것이다. 그러고는 빨리 반찬 내놓으란다. 모개는 밥을 비닐봉지에 싸왔다. 그러자 하늘사랑님 왈, “무게 줄이느라 반찬도 모두 비닐봉지에 넣어왔다”고 한다. 다음에 종주할 님들은 빨리 펜을 꺼내 필기하슈. 이러한 것이 모여 다음에 종주할 때 노하우가 될 터이니.

이번 종주에서 가장 고생을 한 님은 후미대장을 맡았던 레미님이다. 같이 산행을 해보신 분들은 잘 알고 있듯이 주로 선두그룹에서 펄펄 날던 님인데, 졸지에 후미그룹의 페이스에 맞추는 것은 물론 이들을 돌봐줘야 하는 책무까지 맡았으니…. 그 끓어오르는 속에 관해서는 김선재님의 후기에 잘 나타나 있다. 게다가 후미를 맡았으니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을 것이다. 이래저래 어려운 산행을 한 셈이다. 그래도 끝까지 후미대장의 역할을 정말 충실히 잘 해내었다. 박수를 보낸다.

또 한 분 마음고생이 심한 분이 있었다. 하빈님이다. 갈파람님이 중간에 후미에 동참하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대장을 맡았다. 마음 같아서는 후다닥 앞서가고 싶은데 다른 님들은 따라오질 못한다. 페이스 조정하느라 애를 먹었다. 뿐만 아니다. 남덕유산에 오르고 싶은 데 함께 올라갈 님이 아무도 없다. 포기했다. 그런데 삿갓봉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장만 맡지 않았으면 혼자서라도 올랐을텐데…. 남덕유산을 지나고 나서 대피소에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서 먼저 가라는 님들의 권유에 ‘이때다’ 하고는 훨훨 날아갔다. 그런데 중간에서 갈파람님의 호령이 떨어졌다. “급하지 않으니까 같이 가도록 하세요.” 우리들 기다리느라 이번에는 30분간 추위고생을 했다.
※ 삿갓봉에 아무도 오르지 않으려 하는 것을 확인한 하빈님의 실망하는 얼굴을 난 기억하고 있답니다. 하빈님, 사실 모개는 다음날 걱정이 되어 삿갓봉까지도 포기했답니다. 지난번 팔공산 종주 때 다음날이 더욱 힘들었던 기억이 작용한 것이죠. 이튿날 산행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당연히 올랐을 것입니다. 다음에는 무조건 오르겠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지리산 태극종주에 동참했던 푸른솔님이 남덕유산을 지나고 나자, 자꾸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잠시 휴식을 취하노라면 “이제는 더 못가겠다”고 털썩 주저앉기를 반복한다. 전번에 발목을 삐어 산행을 하지 못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이다. 두 달 남짓 높은 산행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번개 때 뒷산에 한 두 번 오른 것이 전부다. 그러다 보니 몸도 제법 불었다. 덕유종주가 힘들 수밖에. 이날 푸른솔님은 산행을 게을리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보여주었다[물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피소에 일찍 도착한 님들은 우선 자리를 잡았다. 후미그룹이 어디 쯤 오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이때 찹쌀모찌님 왈, “후미그룹이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밥을 하도록 합시다.” 역시 경험이 많은 분은 달랐다. 먼저 물 사정이 어떠한가를 확인했다. 계단으로만 연결된 60m 아래에 식수가 있고, 대피소 바로 옆에는 빗물을 받아놓은 탱크가 있었다. 우선 발을 씻고는 바로 저녁준비에 들어갔다. 우솔님과 푸른솔님은 두 번씩이나 식수를 받으러 갔다 왔다.

크지 않은 취사장에는 우리까지 3팀이 들어차 앉을 자리가 부족했다. 절반은 앉고 나머지는 서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서해의꿈님이 준비해온 코냑을 먼저 한잔씩 했다. 옆 팀에서 침을 흘린다. 밥을 안치고서 먼저 라면을 두 개 끓였다. 테이블에 올리자마자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가장 인기가 있었던 메뉴는 뭐니 뭐니 해도 찹쌀모찌님이 준비한 돼지고기김치찌개였다. 여기에도 라면을 두 개 넣었다. 밥과 함께 테이블에 올리니 “고맙다”는 말도 없이 먹기에 바쁘다. 김선재님과 레미님은 짐을 지키느라 조금 늦게 내려왔는데, 먹을 게 없다. 다시 라면을 두 개 끓여 대신하였다.

저녁을 먹고 난 뒤 느긋해진 마음으로 삼삼오오 둘러앉아 무용담을 나누었다. 이제 자야할 시간. 오후 9시30분에 소등한다고 한다. 아예 발전기를 끄는 것이다. 그래서 담요 2장씩을 빌려 하나는 깔고 하나는 덮고서 잠을 청한다. 1층에는 남자들, 2층에는 여자들이다. 우리는 일찍 도착해서 1번부터 자리를 배정받았다. 그런데 취사장에서 옆에 앉았던 젊은 팀들이 들락날락 잠을 잘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 위의 침상에서는 삐걱이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한참을 그러고서 좀 조용해진 시간 살풋 잠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넘어지면서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이어서 “불이야”하는 소리에 모두들 잠을 깼다. 젊은 팀 중의 누군가가 2층에서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넘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소리에 누군가가 눈을 떴다가, 플래시 불빛을 보고는 무심결에 불이야 소리를 지른 것이다. 그 이후는 코고는 소리와 끙끙거리는 소리, 신음소리 등이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이어졌다. 그 소리에 2층에서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아예 바깥에 나와 하늘을 쳐다보니 이틀 지난 보름달이 중천에 떴다. 바람이 부니 춥다. 바깥에서 라면에 소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시 들어와 잠을 청하나 쉽지가 않다. 갈파람님은 옆에 누운 다른 팀의 사람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바람에 곤혹스러워 했다.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는가 보다. 그러나 곧 기상! 삿갓골재대피소에서의 하룻밤은 이렇게 지나갔다.

취사장에서 플래시 불빛을 밝히고 밥을 하느라 바쁜 와중에 갑자기 갈파람님 “어, 안경이 없다”고 한다. 다시 올라가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내려왔다. 그러자 김선재님이 올라가더니 안경을 찾아왔다. 김선재님도 샅샅이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자, 갈파람님 옆에서 자던 사람을 깨워 “미안합니다. 우리 대장님 안경을 찾는데요, 안경이 없으면 큰일나거든요”하면서 그 분의 담요를 들쳐보니 안경이 있더란다. 그래서 의기양양하게 안경을 찾아온 것이다. 역시 김선재님이다.

첫날에 비해 둘째 날 산행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아마도 야간산행을 하는 부담감이 모두를 긴장하게 했기 때문이리라. 무엇보다 우리 팀을 흥분케 한 것은 일출이다. 엷게 붉은 빛을 띠던 동쪽 하늘이 서서히 진하게 물들어간다. 서둘러 시야가 트인 곳에 자리잡았다. 잘 익은 홍시 같은 붉은 해가 빙그레 웃으며 모습을 드러낸다.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한다. 뜨락님은 덕유종주 덕분에 이렇게 멋진 일출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며 어쩔 줄을 모른다. 우솔님과 함께 하는 해맞이이기에 더욱 인상 깊었으리라.

또 한번 우리에게 짜릿한 감흥을 준 곳은 덕유평전이다. 질풍노도와 같이 운무가 덕유평전을 가로질러 산 아래로 굽이친다. 귓전을 스치는 바람은 추위를 느끼게 하였지만,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은 훨씬 더 컸다. 키는 우뚝하지만 별로 말이 없어 있는지조차 모를 우솔님도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뜨락님은 모델하기에 바쁘고. 중봉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힘듦도 덕유평전을 뒤돌아보느라 쉬엄쉬엄 별로 어렵지 않게 올랐다. 문득 중봉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앞에 들어왔다.

모두들 힘들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즐거운 종주를 하였다. 갈파람님의 배려가 이러한 즐거움을 가능하게 했다. 산행 욕심보다는 항상 님들의 안전과 동행을 중시하는 갈파람님의 스타일은, 누구도 넘치지 않게 또한 모자라지 않게 밸런스를 유지하게 해준다. 힘들고 어려운 것은 자청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주저하지 않는 카리스마가 모든 님들에게 안심을 전달하여 따르게 하는 것이리라.

갈파람님, 하빈님, 서해의꿈님, 하늘사랑님, 푸른솔님, 김선재님, 찹쌀모찌님, 하늘별님, 레미님, 우솔님과 뜨락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같이 보낸 1박2일의 일정이 짧다면 짧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덕유산 종주기 / 2007. 10. 27~28

문제는 배낭의 무게였다. 아니 문제라기보다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하루 전날 밤에 대충 들어보았던 무게와, 아침에 물과 도시락 등을 챙겨 넣고 출발 아침에 들어본 배낭의 무게는 전혀 감이 달랐다. 처음에는 배낭을 메자 몸이 뒤로 젖혀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끈을 조정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서면 영광도서 앞으로 가는 동안 내내 두려움이 엄습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님들의 얼굴이 보인다. 푸른솔님과 하늘사랑님이다. 같이 산행하기로 한 분들이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그 빈자리를 메웠다. 갈파람님, 하빈님, 서해의꿈님, 찹쌀모찌님, 김선재님, 우솔님과 뜨락님, 하늘별님, 레미님 그리고 모개까지 합해 모두 12명이다. 딱 한 타스이다.

오전 8시20분 드디어 차가 출발했다. 모두들 배낭이 커 15인승 봉고가 꽉 찼다. 가는 동안 모두들 배낭 무게를 걱정한다. 아예 몇 가지는 차에 두고 내리기로 했다. 하늘별님의 몇몇 짐은 우솔님 배낭으로 옮겨졌다. 나도 코펠 중에서 사용하지 않을 것은 아예 빼냈다.

11시 조금 넘어 육십령에 도착했다. 각자 준비를 하고 둘러섰다. 후미대장은 레미님에게 맡겼다. 11시13분. 기념사진을 찍고는 산행 시작이다. 육십령의 고도는 734m이다. 고도를 많이 줄였으니 그다지 힘들지 않게 산을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무너졌다. 하늘별님이 유난히 힘들어한다. 김선재님과 함께 뒤에 처졌다.

할미봉까지 가는 길도 만만찮았다. 오르면서 ‘성질 고약한 할미’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할미봉 조금 못미처 점심식사를 하고는 다시 출발, 12시45분쯤 할미봉(1,013m)에 올랐다. 육십령에서 약 5km 지점에 도착하니 오후 1시44분. 잠시 휴식 후 갈파람님이 후미 그룹과 함께 가기로 한다. 이 속도라면 야간산행을 해야 삿갓봉재대피소까지 갈 수 있을 것인데, 그럴 바에는 그룹을 나누어 산행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갈파람님, 김선재님, 레미님, 하늘별님을 제외한 8명은 별도로 출발하였다. 하빈님이 대장을 맡았다.

육십령에서 7.6km 떨어진 서봉(1,492m)에 오르니 3시25분이다. 출발한 지 약 4시간 10분 정도 소요된 셈이다. 사진 촬영을 하고는 바로 출발. 1.1km 정도 진행하자 ‘남덕유산 0.3km’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하빈님이 올라갈 희망자를 물었으나 모두들 통과하기를 원한다.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서봉에서 2.2km 떨어진 월성재(1,240m)에 도착하니 오후 4시30분. 삿갓봉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5시37분께 일몰을 맞이하였다. 모두들 서봉 쪽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했다. 삿갓봉재대피소가 가까워질수록 표지판이 자주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비슷비슷한 봉우리가 계속 보여 “어느 것이 진짜 삿갓봉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그만큼 우리는 지쳐가고 있었다. 조금 더 가니 삿갓봉 정상(1,418m) 0.3km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역시 모두들 통과하기를 원했다. [갈파람님과 레미님은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레미님 후기 참조.]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 그리고 저 아래 불빛이 보인다. 삿갓봉재대피소다. 산 전체를 울리는 발전기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도착하자마자 화장실 곁에 세워진 표지판부터 촬영했다. 5시57분. 주위는 벌써 제법 어두워졌다. 이날 산행한 거리는 12.7km. 대략 6시간 40분 남짓 걸렸다.

후미가 어디에 오고 있는지 무전으로 불러봤지만 교신이 되지 않는다. 삿갓봉 같은 봉우리들이 이어져 있어 교신이 어려운 것 같았다. 먼저 도착한 우리들은 밥할 준비를 하기로 하고 우선 물을 길러 갔다. 약 60m 아래에 식수가 나오는 곳이 있었는데, 모두 계단이었다. 5시50분쯤 후미 그룹이 도착했다. 모두 취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식사를 준비했다.

28일 플래시 불빛으로 밥을 해서 먹고, 도시락을 준비하고는 새벽 4시30분에 출발했다. 워낙 깊은 밤이지만, 달이 밝아 산행하기에 조금 편했다. 삿갓골재대피소에서 무룡산까지는 2.1km. 이어지는 오르막, 그리고 계단을 따라 올랐다. 5시25분께 무룡산(1,492m) 정상에 도착했다. 모두들 기념촬영하고는 추위에 떨지 않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출발했다.

이 일대는 산죽(山竹)이 상당히 많이 자라고 있었는데, 길섶에 있는 산죽 잎의 이슬이 우리의 옷을 흠뻑 젖게 하였다. 다행히 서리는 내리지 않아 길이 그렇게 미끄럽지는 않았다. 서리가 내렸다면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6시20분쯤 무룡산에서 2km 정도 떨어진 해발 1,380m 삼거리에 도착했다. 바위 위에 돌을 올려놓은 뒤편으로,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온다. 비록 제대로 잠도 못자고 출발했지만, 새벽의 찬 공기가 몸을 움츠리게 하였지만, 저 멀리서 조금씩 붉어지는 하늘을 보자 모두들 탄성을 지른다. 사진 한 장씩을 찍고는 다시 출발이다. 6시44분쯤. 일출(日出)이다. 덕유산의 일출을 가슴 벅차게 맞이하였다.

7시10분쯤 동업령(1,320m)에 도착했다. 삿갓골재대피소에서 6.2km를 걸었다. 전망대에서 편안하게 휴식하며 간식으로 배를 채웠다. 도시락을 준비해왔지만 차가운 날씨로 밥을 먹기가 어려울 것 같아 모두들 조금씩 내놓은 간식으로 대신했다. 20여분을 쉰 후에 다시 출발, 2.2km를 걸으니 송계사 삼거리가 나온다. 8시30분.

조금 더 올라가자, 갈파람님이 이제부터는 덕유평전이라고 한다. 날은 밝았지만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갑자기 비라도 내릴까봐 걱정이 앞섰다. 덕유평전 위로 운무가 달음박질을 한다.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너무 신비로워 감탄사를 연발한다. 덕유평전 오르는 길에는 큰수리취 군락지가 있었다. 바싹 말랐지만 그래도 아침햇살에 자태를 뽐내고 있다.

중봉을 향해 끝없을 것 같은 계단을 오른다. 오르면서 덕유평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는 등 쉬엄쉬엄 오른다. 중봉만 오르면 더 이상 큰 어려움 없이 마무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중봉(1,594m)이다. 동엽령에서 3.2km니 삿갓골재대피소에서 따지면 9.4km를 걸었다. 9시5분.

이제 덕유 종주의 끝이 가까웠다. 눈앞에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이 보였다. 여기서 향적봉까지는 1.1km. 그러나 험한 길은 다 지나왔다. 길가에 주목들이 보인다. 여유롭게 사진을 찍는다. 향적봉 대피소에 도착하여 잠시 숨을 고른 후 정상으로 올랐다. 어제 뒤처졌던 김선재님은 오늘은 계속 선두그룹이다. 하늘별님은 약간 뒤처졌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산행속도는 빠른 편이었다.

드디어 향적봉(1,614m)이다. 9시45분. 삿갓골재대피소에서 10.5km를 약 5시간을 걸어 도착했다. 그런데 웬 꼬마들이 정신을 없게 만든다. 무주스키장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온 꼬마들이다. 이리 저리 마구 뛰어다닌다. 표지석에서 사진 찍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겨우 단체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뒤에 보니 향적봉으로 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곤돌라를 타기 위해 설천봉으로 하산한다. 나무로 된 계단이 물에 젖어 미끄럽다. 설천봉에 도착하니 9시50분. 새벽 4시30분에 출발하여, 약 11km를 5시간 20분 정도 걸려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틀 동안 약 24km를 걸어 종주한 셈이다.

곤돌라를 타고 내려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 바로 옆에 화사한 단풍이 우리를 유혹한다. 10시50분 조금 지나 식당에 도착, 주문을 하고는 맥주를 한잔 들이켰다. 11시11분 주문한 삼겹살이 나오고 불판 위에 올려지자 갈파람님이 종산을 선언했다.

어느 글에 보니, 전에 갔던 금원산과 기백산은 북덕유를 아버지로 남덕유를 어머니로 하여 태어난 쌍둥이라고 하였다. 이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배낭의 무게가 부담스러웠지만 남덕유를 올랐을 것이다. 물론 이제는 눈꽃이 만발한 남덕유를 기약할 수밖에.

※ 이미 김선재님, 하빈님, 레미님이 후기를 올렸는데도 이렇게 다시 종주기를 올리는 이유는, 다음에 다른 분들이 덕유산을 종주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끝으로 한분도 낙오하지 않고 끝까지 종주할 수 있어 참으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모두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종주의 경험이 앞으로 살아가는데도 큰 힘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1. 출발일시 : 2007년 10월27일 오전8시

2. 집결장소 : 서면 영광도서 앞

3. 산행코스 :
(10월27일. 첫날)
육십령~ 장수 덕유(서봉)~ 남덕유산(1,507m)~ 월성재~ 삿갓봉(1,410m)~ 삿갓재골 대피소(1,280m)(1박)

(10월28일. 둘째날)
무룡산(1.492m)~ 동엽령(1,320m)~ 백암봉(1,503m)~ 덕유평전~ 중봉(1,594m)~ 향적봉(1,614m)~ 설천봉(1,525m)

4. 함께 하신 님 : 갈파람님, 모개님, 찹쌀모찌님, 푸른솔님, 서해의꿈님, 김선재님, 우솔님, 레미님, 하늘사랑님, 뜨락님, 하늘별님, 하빈 (12명)


덕유산2

박은우

늘 고단한 산
칼날 같은 서릿발에
봄과 가을을 헌납하고
여름을 쪼개먹으며
게으른 겨울을 업고 사는 산
어린 목동 단잠이 고와
구름모자 반쯤 눌러쓰고
까치발로 해를 가려주는 산
홀로 산길 무서워
사슴의 눈과 귀로 숲을 헤치면
파랑새 쪼르르 파수꾼처럼 따라와
까맣게 익은 산딸기
지천에 깔아주고
검푸른 입으로 손가락의 피를 빨면
가시 잡아먹는, 나도 귀신
그제사
장구배가 된 소를 몰고
당당하게 하산하는 기쁨
숨죽은 햇살은
덕유산 민둥 꼭지를 맴돌다
슬그머니 산아래
천국의 밤을 내려놓는다.


덕유, 지난 2월 눈꽃산행을 한 번 했던 터라 다시 찾는다는 들뜸에 마음이 설레고, 12명의 우리는 8시25분, 출발을 한다. 14인승 승합차에 12명, 종주배낭은 거의 한 사람의 부피와 크게 다를 바 없으니, 차 안에서 이미 우리는 하나다.
고속도로는 가을산의 단풍을 즐기려는 수많은 차들로 군데군데 정체다. 하지만 어떠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모습들이니......
11시경, 육십령 도착이다. 이 고개를 경계로 경남과 전북이 나뉘어지는 곳, 간단한 주의사항과 갈파람님이 산행대장, 레미님이 후미대장을 맡고 11시 10분, 산행시작이다. 오늘 가야할 장수덕유, 남덕유, 그리고 삿갓봉, 삿갓재 대피소까지 15km 가까운 거리를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눈에 쌓여 다른 건 전혀 보이지 않던 덕유가 이제 눈 앞에 있다. 곳곳에 물든 단풍들, 올 가을 단풍색은 별로라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다. 색이 예쁘지 않으면 어떠리. 온 계절 내내 깨끗한 공기와,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활력을 주고 이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내년 봄을 기약하는 그들인데......
장수덕유를 머리 위에 두고 점심을 먹는다.

후미가 많이 처진다. 아무래도 삿갓재 도착이 늦을 것 같다고 갈파람님이 후미를 기다리고 8명이 먼저 출발이다. 첨으로 무전기를 가슴에 달고, 마음이 급하니 걸음이 빨라진다. 늦가을 산은 어둠이 빨리 내리고 렌턴을 켜기 전에 도착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남덕유를 300m 앞에 두고 모두들 고개를 절래절래, 다른 때의 정기산행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아무래도 배낭무게가 문제인 것 같다. 남덕유는 2월 눈산행으로 남겨두자는 의견에 삿갓봉으로 출발이다. 어느새 세 시가 넘고 모찌님께서 제안을 하신다. 대피소에 먼저 도착해 자리를 확보하는 게 어떠냐고.

혼자 열심히 , 정말 열심히 걷고 있는데 무전이 들어온다. 어디냐는 갈파람님 말씀, 아차 이 상황을 의논했어야 하는데... 아무튼 설명을 했더니 아직 시간이 있으니 혼자 가지말고 기다리란다. 이제 2km 남았는데. 대답은 찰떡같이 하고 다시 움직인다. 기다리는 시간에 먼저 도착하지 싶어서, 하지만 남은 거리 1.3km 지점에서 다시 삐삐삑, 이번엔 언성이 좀 더 hi톤, ㅋㅋ, 별 수 없이 기다린다. 열심히 걸었더니 배도 고프고, 사과는 너무 커서 혼자 먹기 그렇고 감을 꺼냈는데 칼이 없다. 전 날 저녁 칼을 구입하러 콜핑에 갔다가 칼이 없어 옷만 사 들고 왔기 때문, 어쩔 수 없이 이로 껍질을 베어 내고 먹는다. 꿀맛이다. 20분쯤 지나자 하늘사랑님과 푸른솔님의 목소리가 두런두런 들린다. 하지만 소리만 들릴 뿐 모습은 보이지 않고 점점 싸늘한 냉기가 옷 속을 스민다. 정확히 삼십분을 기다려서야 반가운 분들의 모습이 보인다. 반가웠다. 다시 걷기 시작하고 1km 남았다는 표지가 나타나고 드디어 삿갓봉 300m,라는 표지가 보였으나 이미, 전의 상실, 그 누구도 오르지 않겠다는 신호,
10여분을 더 걸어 드디어 대피소 지붕이 보인다. 계단을 내달려 도착이다. 오후 5시가 조금 지났다. 도착했다는 연락을 드려도 통신두절이다. 거리가 넘 떨어져 있어서인가보다. 수속을 밟고 자리를 배정받고 있으니 선두 그룹의 다른 분들이 속속 오시고 날은 어둠에 감긴다. 6시가 조금 지나니 드디어 네 분이 오시다.

고생한 발을 씻고 정리를 하는 동안 맛있는 라면과 따뜻한 밥, 그리고 김치찌개, 오늘의 하이라이트 서해의 꿈님의 꼬냑이 식탁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우리의 만찬이 시작되다.

이튿날 아침, 새벽 세 시에 기상을 하고 남자 회원들의 식사 준비와 어떤 상황에서도 시도해야 하는 여회원들의 변장까지 마치니 네 시 삼십분이다. 맑은 공기 때문에 오랜만에 보이는 별자리(대표적인 가을철별자리인 페가수스자리, 안드로메다자리, 페르세우스자리, 도마뱀자리)에 마음을 뺏기고 음력 열여드렛날의 달이 휘영청 높이 떠 밤을 깨우는 우리를 인도한다. 산행 시작 한 시간여 만에 무룡산 도착이다. 새벽의 신선한 공기가 발걸음을 빠르게 한 덕, 생각보다 기온도 낮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동쪽 하늘에서 여명이 보이기 시작, 오늘 하루 세상을 비춰 줄 빛을 잉태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산에서 보는 일출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모두들 마음 속으로 기대를 하고, 동엽령으로 가는 길목에서 드디어 장엄한 일출을 보다. 카메라에 그리고 마음 속에 각각의 일출을 담은 채 드디어 동엽령 도착이다. 8시경에,

동엽령에서 비박을 한 산객 세 사람이 아침을 먹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월 산행에서 한 시간 이상을 떨며 일행을 기다린 곳이기에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과일과 여러 가지 간식을 나눠 먹고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다시 출발이다. 백암봉을 향하여. 넓은 덕유 평전은 세찬 바람으로 우리를 반기고 하얀 구름은 중봉을 보여줬다 가렸다하며, 우리의 애를 태우기를 반복하고 그렇게 중봉과 향적봉 대피소에 도착하다. 향적봉엔 막 운행을 시작한 곤돌라를 타고 온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이다. 생각보다 훨씬 일찍 산행을 마치게 된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고 그렇게 또 한 페이지의 산행일기를 완성하다. 설천봉에서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며, 산 정상에선 이미 낙엽이 되어 우리의 발을 편하게 해 주던 잎들, 예쁘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아름답던지.....
기다리던 차를 타고 식당으로 가 맛있게 점심을 먹고 부산으로 출발, 세 시경에 도착하다.

1박 2일간 서로를 독려하며 아무런 사고없이 산행을 끝낸 회원님들의 노고와 마음으로 성원해 주신 여러 님들이 계셨기에 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
 














덕유 종주하면서 찍은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처음 2장은 산에 오르면서 그나마 눈에 띄는 단풍을 찍은 것입니다. 바위산은 서봉 앞에 툭 튀어나온 부분입니다. 그리고 일몰 사진 1장, 이어서 다음날 일출 사진 2장입니다. 엉겅퀴 같이 생긴 것은 아마도 '큰수리취'로 생각되는데 중봉 가는 길에 군락지가 있었습니다. 나무 사진 2장은 향적봉에서 설천봉(콘도라 타는 곳)으로 하산하면서 찍은 것이고, 마지막 단풍 사진은 무주스키장 주차장에서 찍은 것입니다. 이파리 사진 2장은 무엇인지 이름을 모릅니다. 아시면 일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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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 가: 부산산악회 산과사람들

언 제: 07.10.27~28

코 스: 60령~ 장수덕유~ 남덕유~ 삿갓봉~삿갓재골 대피소(1박)

 ~ 무룡산~ 백암봉~ 중봉~ 향적봉~ 무주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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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오전 이른 시간 서면 영광도서 로 간다.

오늘 산행은 덕유산 종주코스. 덕유산은 작년 한참 추울 때 한번 가본 적이 있다. 설천봉과 향적봉에서 눈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던 환상의 덕유산 을 본적이 있다. 서면에 도착하니 종주팀이 다들 도착하여 있었고 두 분이 좀 늦게 도착하였으며 도시고속 개금요금소를 경유하여 서 부산 IC를 거쳐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김해들판의 노란 벼물결 과 가을 추수에 분주한 논들이 가을임을 말해주고 있었고 가는 도중 일행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차량으로 이동하는 동안 갑갑한 차안의 무료함을 달래고 하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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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는 드디어 전라도로 접어들었으며 육십령고개라는 곳에 하차하여 잠시의 안전사고 및 이동 중의 유의사항을 전해들은 후에 긴 덕유산종주의 첫 번째 코스로 접어들었다. 육십령고개의 가을 날씨는 운동하기 좋은 온도로서 우리를 맞아주었고 상수리나무는 색깔이 퇴색된 잎새를 땅바닥에 떨구고 겨울맞이에 한창이다. 나는 오늘은 후미에서 산행을 하였으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치며 땀이 뒤범벅되기를 몇번. 선두팀과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고 후미의 회원과 끝까지 가야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하고 선두는 보이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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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쫓아 올라가니 먼저 간 선두팀이 휴식을 취하고 있고 물 한모금과 잠시의 휴식을 하려니 바로 출발한단다. 이게 바로 후미에서 산행하는 느낌인가보다. 어째든 오늘의 책임은 후미회원과 끝까지 완주 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다. 하지만 선두팀과는 오르막에서 점점 뒤처지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보이지도 않는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던지 앞서서 인솔하던 산행대장님이 뒤로 오시더니 후미일행 4명과 합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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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남덕유산 삿갓봉을 못가서 어둠이 내리고 깜깜한 야간산행을 시작한다. 삿갓봉 오르는 된비알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아있고 점점 힘이 빠지며 오늘산행의 극도의 체력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래도 덕유산종주를 하는데 남덕유의 묘미 삿갓봉은 보고 가야된다는 산행대장님의 말씀에 따라 회원 두분은 산허리를 우회하여 보내고 대장님과 나는 삿갓봉 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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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삿갓봉 에서 보는 휘영청 둥근달은 장관이다. 저멀리 야간 산행을 하는 산님들의 렌턴 불빛들도 반딧불처럼 움직이고 삼각대를 갖고오지 못하여 달을 촬영 하는 건 도저히 안 되겠다. 삿갓재에 있는 산장으로 내려선다. 깜깜한 산길을 내려오니 좀 전에 우회 하였던 일행과 합류하고 1박할 산장에 도착한다.

어깨는 아프고 그대로 쉬고 싶다. 하지만 한 가지 더 남은 오늘의 책임. 회원들의 식사다, 하지만 마지막에 도착하여 준비를 하려니 벌써 배는 등에 붙고 잠시배낭을 내려놓고 취사장에 도착하니 식사를 다른 분들이 준비하고 있다. 나도 같이 준비를 대충 거들고 있으려니 식사가 완료 되었다. 배고픔에 허겁지겁 입안에 음식을 밀어 넣으며 대충식사를 마무리하고 음용할 식수를 산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가서 채우고 취침할 공간이 군내무반 보다 더 좁은 곳에 누웠으나 잠은 올 것 같지도 않고 간간이 옆의 분의 코고는 소리와 잠꼬대가 쉽게 잠이 들것 같지가 않아 윗도리만 걸치고 밖으로 나간다.

밖의 벤치에서는 또 다른 산행팀이 삼삼오오로 떼를 지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낼 산행은 아랑곳 않고 오늘 이 밤이 마지막인냥 거~ 하게 한잔하고 있다. 하늘엔 둥근달, 그리고 쏟아 질것 같은 별들. 가을의 주요별자리는 페가수스. 북두칠성(국자)의 이마 쪽에서 다섯 번째 만큼의 거리에 있고 곧 겨울이 오면 오리온자리가 주요별자리로 부각된다고 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저 멀리 큰곰자리와 여름의 전갈자리와 사수자리. 그러고 보니 덕유산에서의 밤은 별자리와 둥근달이 내 기억 속에서 오래 머물러 있을것 같다. 하지만 낼 아침 일찍 떠나야하기에 오래있을 수 없어 다시 취침실 안으로 들어오니 아까보다 더 시끄러운 소음이 잠자리를 방해하고 나는 갖고 온 침낭을 챙겨 밖으로 나온다. 인포메이션 앞에서 모포를 깔고 침낭을 펴고 잠을 청하여 겨우 눈을 붙이나 싶었는데 금방 새벽 4시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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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느낌에 잠에서 깨어 배낭을 챙겨 취사장에 내려가니 다들 밤새 잠을 설쳤는지 잔득 부은 얼굴들로 식사를 마치고 새벽4시30분에 산장을 출발한다. 산장 뒤의 오르막을 올라 다시 무룡산 으로 간다. 나는 역시 후미에서 회원들과 함께 산행한다. 숨이 턱턱 막히는 시간을 보내고 새벽하늘이 아스라이 먼동과 함께 찾아 오려고 할 때 즈음. 무룡산 정상에 도착하고 흔히 샛별이라고 부르는 금성이 마지막 빛을 발하는 새벽넠. 끝도 없는 나무계단을 올라 백암봉정상에 도착 즈음에 일출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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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1000m이상 고지에서 보는 일출도 장관이지만 저 멀리 향적봉의 봉우리가 거대한 들줄기를 서서히 어듬속에서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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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의 일출장관을 감상 후에 백암봉과 동엽령을 지나 오늘의 마지막 오르막인 중봉으로 오른다. 운무가 중봉을 감추었다 보여주기를 몇회. 드디어 운무 속으로 들어서며  중봉에 오른다. 나무계단이 즐비하다. 중봉에서 향적봉으로 가는 곳엔 바람이 세차다.숨 을 쉴 수 없을 만큼의 바람의 세기. 그래서 고산지대엔 나무의 키가 바람에 잘 적응 되어있다. 고상대 에는 주목도 있다. 고사목 이지만 죽은 채로 오랫동안 서있다고 하여 주목으로도 부른다. 주목 감상도 하며 향적봉 산장 밑에서 잠시의 휴식 후 향적봉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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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적봉에는 매년 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사람들이 오른다. 콘도라 의 설치후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매년 등산객의 수가 늘어만 간다. 덕유산공단에서는 산행로 를 설치하고 위반 시는 벌금부과의 게시문을 설치하였지만 귤껍질과 휴지도 간간히 보이고 키 작은 나무는 밟혀있다. 이렇게 시간이 경과하면 얼마 후에는 덕유산 의 깨끗한 환경과 나무는 훼손이 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이용 하는 사람의 선진화된 사고가 잴 로 중요하다 케이블카의 설치로 늘어난 관광수입은 낙후된 무주를 살릴 수 는 있지만 덕유산의 황폐화의 가속도는 진행 중이다. 덕유산으로 인하여 벌어들인 돈은 덕유산을 위하여 쓸 수 있어야 미래도 보장할 수 있다. 중동 에서도 석유에 의한 의존도도 이제는 끝을 바라보고 있듯이. 국립공원도 환경감시꾼을 수시로 배치하여 등산객들의 행동도 제제하고 홍보 식 계도를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조금이라도 등산객의 사고를 바꾸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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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팀들은 설천봉에 내려선다. 작년겨울에 왔던 설천봉!! 눈꽃이 지천으로 피어 설국에 온것 같은 환상을 주던 설천봉! 이제 그 설천봉에 두 번째 발을 디딘다. 눈꽃이 없는 덕유의 설천봉은 그 다시 화려하진 않다. 그냥 가을의 산이다. 작년겨울에 봤을 때 눈 덥힌 정자 같던 기와로 만들었던 휴게소가 그냥 평범한 휴게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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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콘도라를 이용하여 하산한다. 내려오면서 콘도라 안에서 보는 가을단풍이 형형색색을 자랑하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산의 정상부근은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지만 산 아래쪽엔 가을단풍의 절정을 보여준다. 케이블카 승강장에 도착하니 수많은 관광객이 줄을 서 있고 우리 팀은 단풍을 배경으로 한컷씩 촬영 후에 근처 식당에서 간단한 뒷풀이 를 마치고 부산에 도착. 오늘산행을 마무리한다.


덕유산은 지리산만큼이나 긴 능선을 가지고 있었으며 남덕유산 보다는 북 덕유산 이 높고 남덕유산 쪽에서는 아직 단풍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고 북 덕유산 은 산정상 부근에 하얀 서리를 담을 만큼 온도도 낮았으며 덕유산의 최고봉 향적봉 역시 우리나라 최고봉에 들만큼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고 가을철 단풍구경을 하려면 남덕유산 쪽이 더 좋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오늘산행에 대장님을 비롯하여 선두와 후미에서 끝까지 마지막으로 완주하신 회원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홧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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