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남 알프스 태극 종주
2. 2007년 12월 29일(토)-30일(일) 1박2일
3. 29일(첫날) : 남명리-하양마을-운문산-아랫재-가지산-중봉-용수골-호박소-얼음골(1박) 14.3km
30일(둘째날) : 얼음골-동의굴-천황산-죽전-신불산-간월재-등억리 23km (이틀간 37.3km)
4. 함께 하신 님 : 갈파람님, 푸른솔님, 김선재님, 하늘사랑님, 하빈 (5명)
작년 7월, <산과 사람들>의 일원이 된지 한 달 남짓 만에 영남알프스 종주(2박3일)를 하고 혼자 가벼운 산행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동료(?)들과의 연대감, 스스로가 대견하단 자신감, 성취감 등을 느꼈었다. 그 뒤로도 덕유 종주를 두 번 더 했지만 덕유 와는 또 다른 영남알프스 태극 종주가 공지되고, 신청을 하고 출발 날짜를 기다리며 가슴 설레었고 워밍업을 하는 것처럼 최근 가지산, 시살등, 오룡산 등을 다녀왔다.
하지만 출발 전날, 직장에서 경주에 1박2일 워크샵을 가야했고, 눈치를 보며 11시 넘어 출발해 새벽 한 시경 귀가, 배낭을 꾸리고 늦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5시에 모닝콜은 듣지도 못하고 눈을 뜨니 7시다. 이런, 사상터미널에서 7시 40분에 만나기로 되어 있는데, 이를 어째, 세수만 하고 옷을 입고 튀어 나가 택시에 오른다. 화장은 택시 안에서 대충 하고, 맘은 급한데 이 기사님, 지독한 MB추종자다. 시종일관 정치 얘기에 청운(?)의 푸른 꿈을 펼친다. 마치 공약이 모두 실현된 듯, 잔뜩 가슴 부풀어......글쎄다 싶다.
아무튼 아슬아슬 55분에 도착. 버스는 8시에 출발이다. 버스 안에서 가져간 떡을 먹는다. 갈파람님이 삶아 오신 달걀도 먹으며 마치 소풍가는 아이들 마냥 다들 들떠있다. 버스안 승객은 우리를 제외하고 서너 분 정도 더 있고. 8시50분에 밀양버스터미널에 내려 남명리가는 버스를 바꿔 탄다. 9시 10분에 출발해 남명초등학교 앞에 9시 45분에 내려 선다. 하양마을 앞을 들머리로 해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이다. 십 여분을 올라가니 <운문산방>표지석이 서 있는 집이 보인다. 잠깐 쉬면서 겉옷도 벗고 등산화 끈도 조인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낯익은 집이다. 살금살금 앞쪽으로 가 보니 맞다. 재작년인가 같이 동호회활동을 하시는 분이 밀양에 별장(?)을 지으셨다고 해 몇 명이 가서 고기도 구워 먹고 하룻밤 잠까지 자고 온 적이 있는 바로 그 집이었다. 반갑게 나오시더니 추운데 들어와 차 한 잔 하고 가라신다. 갈파람님께 말씀드리니 시간이 급해 안 된다신다. 하긴 종주인데, 시간싸움이고..맛있는 얼음골 사과를 몇 개 주신다. 그런데 다들 눈치만, 이유인 즉 배낭 무게땜에 ㅋ. 내 배낭에도 사과 세 개가 있는데, 할 수 없이 집어 넣는다. 오늘도 역시 김선재님은 많은 보급품을 가져와 이미 푸른솔님의 배낭으로 이동시켜 놓은 상태. 종주시 가장 힘든 게 배낭 무게인 것은 이제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으나 겨울 산행엔 옷도 많이 필요하고 아무리 줄여도 줄지 않아 이번 역시 무게가 만만찮다.
인사를 하고 운문산을 향해 출발이다. 10시다. 처음부터 돌계단이다. 날씨는 잔뜩 흐려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것 같다. 비 그치고 추워진다고 해 많이 긴장했는데 움직이니 땀이 줄줄 흐른다. 쉬며 가며를 반복하며 오르는데 11시를 넘기며 가는 비가 내린다. 갈파람님이 걱정을 하신다. 하지만 난 은근히 비가 오면 좀 더 위로 가면 눈이 올테지 하고 기대를 하고.. 역시 조금 후부터 진눈깨비로 바뀐다. 야호!
운문산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조그만 봉우리에 정상 표지석이 보인다. 가까이 가 보니 함화산이라 적혀있다. 생긴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미니표지석이다. (12시 20분) 사진을 찍고 5분쯤 더 가자 웅장한 운문산 표지석이 보인다. (12시 25분) 1196m, 운문산이다. 시간이 생각보다 지체되어 사진만 찍고 바로 이동이다. 아랫재를 향해. 내리막은 항상 신난다. 다시 올라 갈 일에 불안해하며 부지런히 이동하길 한 시간 남짓, <가운산방>이라는 멋진 안내판이 있는 쉼터(운영하지 않는)가 보인다. 아랫재다. (13시 40분)
가지산으로 길을 잡고 십 여분을 올라와 점심 먹을 자리를 잡는다. 두유, 사과, 귤 등을 먹었지만 그래도 점심을 먹어야지. 세 분은 밥을 김선재님은 컵라면 4개, 난 떡뿐이다. 아침에 전쟁(?)을 치르느라 준비를 못했으므로. 컵라면을 끓여 밥과 함께 맛있게 나눠 먹는다. 역시 산에서 추울 때 먹는 라면 맛은 꿀맛이다. 점심을 먹고 커피까지 마신 후 더 추워지기 전에 가지산을 향해 출발이다. 얼마 전(23일)에 가지산과 백운산을 다녀왔기에 훨씬 더 가까이 느껴진다. 북쪽인 왼쪽 사면에서 부는 바람이 매섭다. 전망대 바위에서 사진도 찍으며 첫 날 다소 여유로운 산행을 한다. 가지산 오르는 길, 상고대가 피어 있다. 수증기가 낮게 깔려 있다 기온이 떨어지며 나뭇잎에 눈꽃처럼 피어난 상고대, 우린 환호성을 지르며 연신 사진찍기에 바쁘다. 산에서 상고대 보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드디어 가지산(1,240m) 도착이다. (15시 50분)
영남알프스는 고헌산(高獻山 1032.8m), 가지산(迦智山 1240m), 간월산(肝月山 1083.1m), 신불산(神佛山 1209m), 취서산(鷲捿山 1059m), 사자봉(天皇山 1189m), 재약산(載藥山 1108m), 운문산(雲門山 1188m)으로 주봉을 이루고, 중간중간에 문복산(文福山 1013.5m), 밀양백운산(885m), 억산(944m)등이 있는데 이 중 가장 높은 봉이 가지산이다. 시계가 흐려 주변 조망이 전혀 되지 않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지체할 시간이 없어 제일농원 쪽으로 길을 잡고 내려 선다. 용수골 계곡을 따라 한 시간 반쯤 내려오니 제일농원이 보인다. 길을 건너 호박소가 있고, 우리 지친 몸을 쉬어갈 곳 까투리농원이 있는 구연마을로 이동이다. 어느 새, 날은 어둑어둑, 우린 렌턴을 준비한다. 능동터널 공사 중인 길을 지나 깜깜한 길을 걸어 한 시간 만에 도착이다. 이미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다. 까투리농원. (18시 30분), 10시부터 걸어 8시간 30분 만에 드디어.....
따뜻한 방에서 미리 주문해 둔 메기 매운탕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는다. 참고로 빈 밥그릇 수가 아홉 개다. 방갈로를 배정받고 다음 날 아침 6시 30분에 아침을 먹기로 한다. 이제 씻고 쉬는 일만 남았다. 봉정암이나 대피소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의 방갈로이다. 바닥은 전기로 난방을 하는지라 따뜻한데 공기는 싸하다. 방갈로 옆으로 하수도가 있는지 밤새 흐르는 물소리에,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 화장실에 가려고 나오니 새벽 세 시다. 그런데 눈이 와 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여기 이 정도이면 높은 산에는 많이 쌓였을 터. 들어와 다시 잠을 청하나 쉽사리 올 것 같지 않다. 양들의 수를 몇 번이나 헤아리다 어느 순간 깜빡 잠이 들었는지 폰에서 모닝콜 음악이 나온다. 5시 50분이다. 이불 밖으로 나와 있는 건 모두 싸늘하다.
6시에 일어나 티슈로 닦는 것으로 세수를 대신하고 화장을 한다. 곰국에 밥을 말아 아침을 먹고 주인아주머니가 담아 주시는 도시락과 반찬을 챙긴 후 이틀째 산행을 시작한다. 7시다. 아이스밸리 호텔 옆의 새로 난 다리를 건너 천황사를 지나 얼음골협곡을 오른다. 처음부터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협곡 전체가 너덜지대라 걱정이 앞선다. 눈도 제법 쌓여 있지만 얼지는 않아 그냥 오른다. 동의보감의 허 준이 스승 유의태를 해부했다는 동의굴, 그 앞의 너덜에만 눈이 없다. 눈이 없을 뿐 아니라 온천에서 볼 수 있는 더운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여름엔 주위보다 기온이 낮고 겨울엔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다더니, 눈으로 직접 보니 진짜 신기하다. 맞은편으로 보이는 백운산 암릉에도 눈이 하얗다. 가지산은 구름에 가려 아직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이 세어진다. 옷을 갖춰 입고 장갑을 끼고 얼굴도 가린다. 능선에 오르자 바람이 온 몸을 때린다. 산행 시작 2시간 50분 만에 천황산(사자봉) 도착이다. (1189m) 9시 50분. 소백산 칼바람을 경험하진 못했지만 이게 그 바람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거세다. 몸을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몰아댄다. 사진을 찍으려고 정상석에 섰는데 정상석으로 몸을 밀어 부친다. 정상석이 없었다면 그 순간 어땠을까 싶을 만큼.
다음 목표는 재약산(수미봉)이지만 궤도 수정이다. 눈으로 인해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체되었고 기상 상태도 나빠 재약산은 빼기로 한다. 탁월한 선택. 대신 대피소에서 국물 맛이 끝내 주는 어묵을 사 먹는다.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다. 열흘동안 붉은 꽃은 없다. 즉 아무리 보기 좋고 아름다운 꽃도 십일만 지나면 보기 흉하고, 아무리 성한 것도 시간이 지나면 쇠하여진다는 뜻, 오늘 눈길을 걸으면서 내 맘대로 지어낸 <백설일시백>을 계속 생각했다. 아무리 흰 눈도 한 시간만 밟으면 이미 반갑지도 아름답지도 않다는 뭐,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죽전마을을 향해 길을 내려간다. 이미 시간상, 남아 있는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을 모두 오르는 것은 불가능, 12시 30분, 죽전마을에 도착해 식당에서 라면을 주문하고 의논을 한다. 영축산을 빼고 일단 파래소폭포로 해 신불산을 오르고 간월산은 시간을 봐서 결정하기로 한다. 길파람님의 말씀처럼 겨울 산행인데 다소 무리한 계획이었던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점심을 먹고 13시 10분 베네치아 팬션 옆을 돌아 장안사, 백련사를 지나 파래소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산을 오른다. 백련골이다. 점심을 먹고 이미 지쳐 있는 상태라 발걸음이 무겁다. 물에 젖은 솜처럼, 게다가 신불산 4.7km란 이정표가 더욱 기를 죽이고.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뗀다. 김선재님이 나눠 주신 쵸코바를 주머니에 넣고. 우리를 배려해 배낭 가득 담아 온 간식 덕에 즐거운 산행을 했던 점 , 이 기회에 감사드리고. 뒤 따라 오시는 푸른솔님의 5분만 쉬었다 갑시다 란 말씀이 반가운 순간, 내 입에서도 아, 힘들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쪼그리고 앉아 쵸코바를 먹는데 그게 그리 불쌍해 보였던지 두고두고 다들 놀리신다. 신불재와 신불평원을 지나면서 바람이 세어진다. 푸른솔님이 왼쪽에서 그 바람을 막아 주신다. 그 배려심에 감사하는 순간, 드디어 신불산 도착이다. (1159m) 15시 50분. 사진을 찍고 대피소에서 다시 어묵을 먹는다. 춥고 바람이 불어 자꾸 뜨거운 국물만 생각나는 탓에 오늘 진짜 어묵 많이 먹었다.
간월산도 포기하고 간월재로 해 간월산장 쪽으로 하산을 결정한다. 16시 40분 간월재에 도착하니 어느 새 짧은 겨울 해는 자취를 감추려 하고 석양만 외롭다. 임도와 등산로를 번갈아 가며, 아이젠을 신었다 벗었다하며 렌턴을 켜고 하산을 계속한 끝에 어느 새 밝은 불빛이 우릴 반긴다. 18시 간월산장 도착이다. 오늘 산행 시간 총 11시간이다.
삼겹살로 뒤풀이를 하고 택시를 타고 언양터미널로 이동, 다시 노포동에 도착하니 20시 40분이다. 2007년을 보내며 멋진 추억 한 자락을 남긴 이번 태극 종주, 힘들기도 했고 많은 생각을 하게도 했던 산행이었다. 함께 하신 갈파람님, 푸른솔님, 김선재님, 하늘사랑님 고생하셨고 감사합니다^^*
아침7시의 까투리 농원 입니다 지난밤에 눈이 왔군요
얼음골로 들어가는 길목
천황사
결빙지
숨이턱까지 차오를 무렵 뒤돌아보니 백운산이 보입니다
동의굴
수증기가 구름처럼 날리고
동의굴 아래 수증기가 올라옵니다 식물이 한겨울에도 살고 있습니다
백운산 뒤로 가지산 정상이 드디어 나타납니다
얼음골의 고드름
정상으로 가는능선에 오르니 눈이 생각보다 많이 쌓여 있었고
천황산이 눈앞에 보입니다
천황산에 오르다 가지산이 보입니다
운문산과 하양 마을이 보입니다
운문산
천황산에서 바라본 수미봉 입니다
정상석
이곳에서 잠시 추위를 피했다가..
사자평입구에서 뒤돌아본 천황산 정상
수미봉
사자평에서
뒤돌아본 수미봉과 천황산
건너편 간월산과 신불산이 보입니다
신불산에서~시살등까지 한눈에
사자평
좌측 능동산 우측 배내봉 사이로 멀리 고헌산이 보입니다
아직 사자평 능선길 걷고 있습니다
멀리 향로산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드디어 하산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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